아누아를 떠올리면 ‘민트빛’이 스쳐 지나갑니다. PDRN 라인은 물론 온라인 스토어, 유튜브 영상, 국내외 오프라인 스토어의 매대와 지난가을 열린 더현대 프레젠트 팝업부터 성수동 팝업 스토어까지. 이제는 컬러만 보아도 자연스럽게 ‘아누아’가 읽힙니다.
이런 ‘반복의 품질’을 설계하는 곳이 아누아 디자인 1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18년간 뷰티업계에서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남기며 브랜드의 얼굴을 만들어온 리더가 있습니다. 감각을 결과로 연결하는 리더와 함께 ‘잘 만든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는 ‘잘 쓰이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23년 프로젝트로 시작해 정규 합류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누아에 오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아누아 리뉴얼 프로젝트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요. 함께 일하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좋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게 됐어요. 놀라우면서도 빠른 성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점도 느껴졌고요. 각자의 전문성과 실행 속도, 의사결정의 밀도가 정교하게 맞물리더라고요. 여기라면 제가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정성적인 영역이에요. 정량적으로 증명하기 어렵죠. 그래서 많은 조직에서는 결정권자의 ‘감’이나 ‘취향’이 의사결정을 좌우하기도 해요. 그런데 아누아는 다르더라고요. 디자이너의 감각과 시장 트렌드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소비자 조사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까지 하죠. 한 마디로 시장에서 통하는 디자인인지 보는 거예요. 디자이너로서 흔한 경험은 아니었죠.
제작한 결과물을 다시 질문받는 구조예요.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디테일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고객은 생각보다 훨씬 직관적인 메시지에 반응해요. 더 단순하고 더 명확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한 사람의 의견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는 게 중요해요. 가설을 세우고, 확인하고, 다시 다듬는 이런 과정이 디자인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브랜딩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모든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다 보면 브랜드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어요.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진 않지만 우리가 보완할 부분인지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 영역인지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죠.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설득하기도 합니다. 설득도 과정의 일부예요. 변화 없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런 과정을 거친 디자인이
실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도 확인하시나요.
물론이죠. 결과물이 실제 잘 쓰이고 있는지 꾸준히 회고하고 있어요. 어떤 메시지가 어필됐는지, 어떤 요소가 반응을 이끌었는지 정리합니다. 간혹 기대와 다른 반응이 있을 때도 있어요. 일본처럼 디테일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작은 색감 차이가 크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요. 이렇게 이유를 찾고 다음 작업에 반영합니다. 만들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어떻게 읽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게 팀의 원칙이에요.
말씀을 듣다 보니 ‘고객 관점’이 핵심처럼 느껴져요.
맞아요.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외부 고객에만 한정되지 않아요. 내부 유관 부서 역시 또 하나의 고객이에요. 기획 의도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함께 읽어야 해요. 단순히 예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정확히 이해하고 의도를 재구성해 외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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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아 더블 클렌징 듀오 키비디오
2025년 디자인 1팀은 어떤 작업에 집중했나요.
브랜드 컬러 체계를 정리하는 일부터 스테디셀러인 어성초 라인 리브랜딩, 메인 키 비주얼 설계 등 여러 작업을 했는데요. 성격이 모두 달랐지만 프로젝트 모두 브랜드를 선명하게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브랜드 컬러부터 이야기해 본다면 ‘민트’는 이제 아누아의 상징처럼 느껴져요.
“이것이 브랜드 컬러입니다”라고 단정하기는 조심스러워요. 다만 아누아가 작년 PDRN 라인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건 분명했고 저희는 조금 더 정교한 언어로 다듬자는 접근이었어요. 온·오프라인에서 높은 효율로 전개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의 굵직한 팝업 스토어에 같은 톤의 민트 컬러를 사용했고 아누아가 떠오르도록 설계했죠. 온라인에서도 민트 컬러를 사용 중이고요.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해요. 소재, 마감, 감도를 더 디테일하고 촘촘하게 정교화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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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N 성수 아누아 팝업 스토어
어성초 라인 리브랜딩은 디자인 1팀이 먼저 제안했다고요.
맞아요. 신제품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지만 스테디셀러는 과거 버전에 머물러 있었어요. 브랜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일부 자산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신뢰도가 높은 제품일수록 고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누군가 요청하기 전 우리가 먼저 하자고 제안했어요. 이런 작업들이 브랜드를 더 오래가게 만든다고 믿어요. 우리 팀원들이 참 잘해요. 이런 여러 가지 제안을 팀원들이 공감해 주고 열심히 진행했기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아누아 어성초 라인 리브랜딩
한방 뷰티 브랜드부터 더마 코스메틱, 비건 브랜드 론칭과 지금의 아누아까지 18년간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셨는데요.
지금의 리더십을 만든 기준은 무엇인가요.
저는 실무를 놓지 않았어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팀장을 맡으며 인정받아야 한다는 압박도 컸죠. 제가 잘해야 우리 팀원들도 함께 인정을 받으니깐요. 그 압박이 저를 더 치열하게 만들었어요. 과정에서 히트 제품을 론칭하고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iF·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과 같은 눈으로 보이는 성취도 있었지만 ‘리더는 디테일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어요. 트렌디한 그래픽이나 폰트, 프로그램까지 디테일을 알고 있어야 하죠. 그래야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팀을 설득할 수 있어요. 문제를 푸는 건 팀원이지만 해법의 형태를 제시하는 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인사이트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크게는 여행, 일상에서는 서점에서 인사이트를 얻어요. 저는 문화적인 인사이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경험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밀라노 디자인 위크도 꾸준히 찾아다녔고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백화점에 들러 시장 조사를 해요. 유럽의 디자인, 미국의 리테일, 중국의 커머셜, 일본의 집요함 등을 직접 체감하려고 했습니다.
서점은 또 다른 의미가 있어요. 책 제목과 표지만 봐도 시대의 고민과 디자인 흐름을 읽을 수 있거든요. 저는 공간을 바꾸면 인풋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같은 자리에서만 고민하기보다 의식적으로 환경을 바꿔 제가 가진 질문과 새로운 자극이 맞닿는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은데요.
선배로서 후배 디자이너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몰입하세요. 집중하세요. 불태우세요! 인생에서 한 번이라도 끝까지 파본 경험은 태도로 남습니다. 예쁜 디자인을 넘어 이것이 리테일에서 어떻게 보일지, 어떤 반응을 만들기까지 고민하며 브랜드를 깊이 탐구했던 습관이 결국 전략을 만드는 힘이 돼요.
그럼 디자인 1팀 리더로서 지원자에게 현실적인 팁을 주신다면요.
설명될 수 있는 디자인인지 봅니다. 어떤 목적에서 출발했고,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등이 포트폴리오에 보이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만큼 과정의 논리도 중요합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아누아 디자인’이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아누아 디자인 참 잘해. 여기는 왜 이렇게 앞서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법이 다른 디자인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지금 잘하고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좋은 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어요. 아누아에서의 경력이 좋은 커리어가 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아누아의 아웃풋을 관심 있게 보고 계시는, 감도 높고 소비자 관점이 있는 분들 모두 환영입니다.